작성일 : 12-09-03 13:01
[시 감상] 종신형/조영민
 글쓴이 : 청담
조회 : 3,868  
종신형
 
조영민
 
고향집 노을은 양철지붕 위에서 부식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에서 요령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손금의 가지들이 너무 우거져 어머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
쇠창살 같은 나뭇가지의 손등을 만지자 달빛이 어둑했다 달은 몇 번의 탈옥이라도 결심한 듯 이마의 주름계곡을 따라 어지러웠지만 밖으로 나오진 못했다 그 누구도 학사모를 쓸 때까지 철문 깊숙이 숨은 달을 한 번도 면회 가보지 못했다
전생에 무슨 끔찍한 죄를 저질렀을까 이 저녁, 집행유예 동안 잠시 출감한 듯 내 곁에 앉아있는, 어미라는, 가족이라는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어머니 아직도 잔여형기가 남았는지 푸석한 웃음과 갓 딴 옥수수 한 보따리를 싸주신다
 
제1회 백교문학상 대상작』